채소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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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밭 / 독서노트

공부란 무엇인가, 2020, 김 영민

2021. 10. 14 SJ Han

September 2021 자기 갱신의 체험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남보다 나아지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어차피 남이 아닌가.

지식 탐구를 통해 자신의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가 ? 지식이 깊어지면, 좀 더 섬세한 인식을 하게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도, 경험에 합당한 언어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 경험은 사라지게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의 독특한 경험에 맞는 섬세한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포착하지 않는 한, 그 경험은 사라지고, 그만큼 자신의 삶도 망실된다.

섬세한 언어야말로 자신의 정신을 진전시킬 정교한 쇄빙선이다.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면,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을만나야 하고, 그 만남에는 섬세한 언어가 필수적이다. 언어라는 쇄빙선을 잘 운용할 수 있다면, 물리적인 의미의 세계는 불변하더라도 자신이 체험하는 우주는 확장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두 생각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복수의 생각을 전제하고 있다는사실이다. 생각을 하나만 해서는 창의적이 될 수 없다. 인간은 대개 대상이 있어야 비로소 생각한다. 새로운 대상을 경험할수 있는 여행이나 독서가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구습이 쌓여 썩어가는 분야의 글과 말에는 하나 마나 한 이야기들, 기존의 권위에 아부하는 그렇고 그런 문장들이 있을 것이다. 지적인 용기가 부족하여 예리한 지점까지 나아가고 있지 못한 뭉특한 사변들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일견 비판적으로 보여도, 그 비판을 구태의연한 사유와 언어로 앵무새같이 반복하고 있다면 그 역시 용기가 없는 글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일은 대개 자신의 존재가 불안한 나머지, 은연중에 기존 권위와 관습에 자신의 정신을 위탁할 때 벌어진다. 물론 그불안에는 이유가 있다. 관습을 넘어선 자를 사람들은 종종 미워하고 시기하니까. 이미 만족한 사람은 아직 만족하지 않고더 열렬히 추구하는 사람을 경워시하곤 하니까. 그러나 시키느 대로만 열심히 하는 모범생의 자세로만은 관심적인 확인에머물 뿐, 반짝이는 작품을 내놓기 어렵다.

물론 갑자기 큰 용기를 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래서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생각이혹은 자신의 글이 원래 계획했던 결론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신의 글이 진짜 창의적이 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뭔가 엉뚱한 길로 간다는 것은 위험하지만 멋진 일이다.

그래서 창의적이 되기 위해서는 용기뿐만 아니라 유연성도 필요하다. 용기만 있을 뿐 유연성이 부족하면 큰 각도로 꺽어서새로운 길을 가기 어렵다. 육체와 마찬기지로 정신도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예컨대 자신이 정보를 집적하는 데만 너무 오래 골몰했다면, 주기적으로 정신의 스트레칭이 될 만한 양질의 이론적 자극을 찾아 나서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관습적이 되기 쉬운 이유는, 관습에 의존할수록 에너지 소모가 덜하기 때문이다. 실로 생각하는일은 여러모로 많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요구 한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고 가능한 한 많은것을 습관화하려 든다. 평소의 습관을 넘어서려면 평소 이상으로 소비할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시간적 여유, 경제적 여유, 체력적 여유 등 여러 가지 이유가 필요하지만, 특히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쓸데없는 시간이있어야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그 당장은 쓸데없는 생각이 나중에는 창의적인 생각으로 변할 수도 있다.

여유가 필요하다는 말이 곧 자신을 편한 샹태에 두라는 뜻은 아니다. 어렵게 손에 쥔 여유를 가지고 과감하게 험지로 떠나야 한다. 너무 안온한 환겨에 자신을 방치해두면, 새로운 생각을 할 역량 자체가 퇴화해 버릴 것이다. 성체가 되어 적당한장소에 고착된 멍게는 자신의 뇌를 먹어버린다고 한다.

우리는 멍게가 아니므로 흥미로운 험지를 기꺼이 찾아다녀야 한다. 과제가 많기는 해도 영감이 넘치는 강의, 낯설지만 자극이 넘치는 장소, 까다롭지만 창의적인 인물을 찾아 그 자장안에 있어야 한다. 물론 그곳이 험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강의는 대개 많은 과제가 따르고, 흥미롭고 탄성을 자아내는 환경은 위험하기 마련이며, 창의적인사람은 예민하거나 괴짜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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